언제부턴가 일본 부동산 투자에 대한 내용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일본 부동산 투자가 전망이 좋다는 내용들이다. 과연 이러한 내용들은 진짜일까.
이 포스팅에서는 일본 부동산 투자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정말 투자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조금 글을 써보겠다.
일본 부동산의 투자가치는 별로 크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투자 자산으로서 일본 부동산 투자에 많은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위 표현은 조금 중의적인데,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분명 메리트가 존재하지만 다른 자산에 비해 특출 나게 투자가치가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든 자산은 각기 다른 투자 메리트를 가진다. 주식은 높은 수익률이 장점이라면 선진국 국채는 안정성이 높으며, 부동산은 레버리지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극단적인 예로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 있는 슬롯머신만 해도 분명히 메리트는 존재한다. 어마어마하게 높은 수익률과 매우 적은 불확실성이다.
아주 적은 돈으로도 많게는 수만 배까지 당첨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메리트이다. 또한 당첨확률이 매우 매우 작긴 하지만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투자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도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으며, 이 또한 분명한 메리트이다.
이러한 메리트가 있음에도 아무도 슬롯머신을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메리트가 있다고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은 아니니까.
투자가치가 있는 자산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일본 부동산 투자가 가지는 메리트는 분명히 존재한다. 단지, 특별하게 높은 투자가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럼 투자가치가 있는 자산이란 무엇일까.
어떤 특정 자산의 투자가치를 평가하는 관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크게 네 가지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수익률 : 수익률이 높거나 수익 성장 가능성이 있음
- 안정성 : 시장 변동에 대한 저항력이 크고 손실 위험이 낮음
- 유동성 : 쉽게 사고팔 수 있음
-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 : 다른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스크를 줄임
위 네 가지 요소가 모두 높은 자산은 매우 투자가치가 큰 자산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자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위 요소들은 대부분 하나가 커지면 다른 하나가 작아지는 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수익률이 큰 자산은 안정성이 떨어진다. 위에서 언급했던 슬롯머신이 좋은 예이다. 수익률은 매우 높지만 돈을 잃을 확률이 매우 높으므로 안정성은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결국 투자가치가 있는 자산이란, 비슷한 메리트를 지닌 다른 자산과 비교해서 조금 더 나은 특징을 가진 자산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쉬운 예를 살펴보면, 애플과 삼성전자의 주식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둘 다 주식이라는 같은 자산군에 속하므로 안정성이나 유동성,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는 비슷한 정도의 특징을 가진다.
하지만 수익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과거 10년간 주가가 3배가 되었고, 애플은 주가가 무려 12배가 되었다. 수익률에서 애플이 압도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인 것이다.
즉, 애플의 주식이 삼성전자의 주식에 비해 투자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부동산의 투자가치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본 부동산의 투자가치를 살펴보자.
많은 매체나 블로그 등에서 언급하고 있는 일본 부동산 투자의 주요 메리트는 아래와 같았다.
- 엔저 : 환차익에 의한 수익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음
- 한국보다 높은 수익률
- 한국보다 낮은 대출금리
- 자산 분산 효과 : 한국 부동산에만 집중된 투자를 분산시킬 수 있음
- 가까운 한일 간 거리 : 다른 해외 투자처에 비해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
- 선진국의 안정성 : 치안/정치적 안정성과 국제적 국가신용도가 자산으로서의 안전성을 제공
이 메리트들이 어떤 투자가치 평가 요소들과 관계가 있는지 정리해 보면 대충 아래와 같다.
각각의 메리트가 정말 투자가치가 있는 메리트인지 생각해 보자.
우선 안정성부터 살펴보면, 일본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테러나 전쟁의 위협도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 투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안정적인 것은 맞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의 이야기라는 것이 문제이다.
투자자산은 매우 다양하며, 안정성만 놓고 본다면 부동산보다 안정적인 자산은 존재한다. 미국 채권이나 선진국의 회사채, 예금 등이 그 예이다. 안정성만을 놓고 본다면 다른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는 소리다.
결국, 반드시 부동산에 투자해야만 한다면 그중에서는 안정성이 있는 편에 속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자산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산 분산 효과는 어떨까. 다른 자산을 어떻게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본 부동산 투자로 인한 자산 분산 효과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주식, 채권, 금 등의 다른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으나 부동산 자산이 전혀 없는 경우라면, 우선은 국내 부동산 투자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굳이 일본 부동산에 투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자산만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우선은 주식이나 채권 등 아예 다른 자산군의 투자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굳이 같은 자산군인 부동산 투자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분산 효과가 떨어진다.
결국, 자산 분산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해외 부동산이라는 자산군 외의 자산을 충분히 소유한 뒤 얻을 수 있는 효과란 뜻이 된다.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마지막으로 수익률을 생각해 보자.
엔저는 확실히 좋은 투자 기회임이 분명하다. 다만 부동산 투자의 이유가 되긴 힘들다. 엔저의 효과를 노리고 싶다면 그저 엔을 현금으로 매수해서 보유하는 걸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결국, 반드시 부동산에 투자해야만 하는 사람에게는 플러스알파의 효과로서 엔저가 메리트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동산이 아닌 엔화 자체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높은 임대 수익률과 낮은 금리는 확실한 메리트가 아닐까?
평균으로만 놓고 보면 메리트가 맞다. 평균적으로 일본의 임대 수익률은 한국보다 약 2% 정도 높고, 이는 낮은 금리의 영향도 한 몫하고 있다. 일본의 수익형 부동산 대출금리는 약 1.5% 정도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부동산의 수익률이라는 건 배당주의 배당률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수익률이 좋은 부동산을 고르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 정보를 얻어야 하며,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평균적으로 수익률이 2% 높다곤 하지만, 지명 하나조차 잘 모르는 나라에서 말도 안 통하는 마당에 한국에서도 고르기 어려운 수익률 높은 부동산을 고를 수 있을까?
투자를 위해 필요한 것은 돈만이 아니다. 우리가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 모두 투자에 필요한 자원에 해당한다. 겨우 2% 높은 수익률이 신천지에 도전해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수치인지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라면 거리가 가까운 것은 큰 메리트이다. 부동산의 유지 보수나 계약 관련 업무, 혹은 세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현지를 왔다 갔다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다른 해외 부동산 투자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국내 부동산 투자나,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걸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면 이는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
일본은 해외부동산 투자처 중에서는 좋은 선택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결국 많은 매체에서 말하는 일본 부동산 투자의 메리트는 기본적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를 한다면'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을 때 옳은 말이 된다.
이 전제를 놓고 본다면 정말 일본은 나쁘지 않은 투자처라고 필자도 생각한다. 외국인도 토지소유나 은행에서의 자금 대출이 가능하며, 한국과 문화적인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단순히 자산으로서의 투자가치를 생각하면, 복잡한 법적 문제(법인설립, 세금, 계약 등)나 언어의 장벽, 물리적인 거리에서 오는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
자산 투자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의 투자 목표와 리스크 수용 능력에 맞는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부동산이 자신의 투자 전략에 부합한 지 철저한 리서치와 분석을 통해 판단해야 할 것이며, 이 글이 그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